재량지출과 눈먼돈

2019년 3월 19일 파이낸셜뉴스 김호남 SAP 컨커 코리아 기술영업 총괄 기고글

글로벌 시장에서 '재량지출관리' 시장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선진국에선 이미 널리 쓰이는 개념이다. 재량지출이란 임직원이 공급업체 선정, 거래금액 및 지급 방식을 재량으로 결정하는 지출을 말한다. 일반적 구매절차는 구매팀이 정한 규칙에 따라 공급업체를 선정하고 구매 요청, 승인을 거쳐 주문, 입고 및 거래금액, 지급방식 등을 실행한다. 이는 임직원 개인의 판단이 배제된 비재량지출이다. 하지만 재량지출은 기업의 재무제표에서 숨은 금액으로 표시돼 그 비중을 간과하기 쉽다. 최근 최고재무관리자(CFO)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리서치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출장과 법인카드 사용 등의 재량지출이 매출액의 약 5%를 차지한다고 한다. 매출액이 1000억원일 경우 50억원을 직원이 재량껏 쓴다는 얘기다. 결코 소홀히 관리해선 안되는 영역이다.

그런데도 국내 대부분의 회사들은 재량지출 영역을 단순히 직원 경비, 법인카드 경비 등으로 한정한다. 효과적 관리를 위한 것보다는 직원이 쓴 돈을 회계에 빠르게 반영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다보니 재량지출 관련 데이터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재량껏 쓰는 돈이 얼마인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유형은 무엇인지, 재량지출이 대규모 발생하는 거래처는 어디인지 제때 파악할 수 없다. 명확한 규정이나 통제 절차도 없어 회사 평판관리에도 취약하다. 부정지출이 일어난 지 한참 후에야 적발되거나 법인카드 오용 등의 사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재량지출은 직원 개인이 결정하기 때문에 기존과 다른 시스템이 필요하다. 각 항목에 대한 상세하고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직원과 효율적으로 소통해 규정을 숙지시켜야 한다. 재량지출은 사후감사가 아니라 입력하는 시점에 규정을 준수 여부를 바로 알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내·외부 경영환경이 변하면 재량지출 규정을 시스템에서 쉽게 갱신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법인을 가진 회사라면 일관된 규정 아래 국가별·지역별 특화된 예외규정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전 직원의 재량지출을 쉽게 집계하고 분석함으로써 재량지출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거래처를 특별히 관리하거나, 비재량지출로 전환시키거나, 특정 경비 유형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등 재량지출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IBM은 100여개국에 걸쳐 재량지출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SAP 컨커 플랫폼을 적용해 직원들은 지출보고를 위한 시간을 줄였다. 재무팀도 실시간에 가깝게 재량지출 데이터를 확보하고 판단할 수 있다. 호텔의 경우에는 숙박료, 룸서비스, 세탁비 등 항목별로 구분된 세세한 정보를 재량지출 관리로 활용할 수 있다. 전 세계 주요 항공사, 호텔과 우버, 에어비앤비, 스타벅스 등 대기업들도 직원의 재량지출 내역을 SAP 컨커로 자동전송한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기관인 포레스터 컨설팅은 SAP 컨커를 도입한 회사들의 평균 투자대비 효과가 무려 482%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 중 재량지출관리 솔루션을 도입한 곳은 5%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이동성은 더욱 높아지고 경영의 민첩성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효과적 시스템으로 재량지출 관리를 선진화해 위기를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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